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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착각2024.02.13사는 얘기 2024. 3. 6. 23:55728x90
2024-02-13 15:23에 쓰인 글을 옮겼습니다.
거대한 착각
- 나는 거대한 착각을 했다. 20대에겐 너무나도 값진 4년이라는 시간동안 말이다. 이 착각은 자퇴한 후 4년이 지난 시간동안 축적해온 나의 생각들의 기초가 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방금 깨달아버린 이 생각들이 주는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동시에 기쁨과 전율을 느낀다.
2. 방금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택배 배달이 왔다. 내용물은 실크 재질의 남성 양말. 평소 발에 땀이 많이 차는 나에게 정말 필요해보여 구매했다. 냄새를 맡아보니 엄청 고약했다(역시 중국산인가?). 이미 중국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서 그런건지 별 당황하지 않고 그냥 바로 손빨래를 했다. 10개 전부 끝나고 널어놓는데 정말 짜증이났다( 나는 가끔 이런 기분이 들곤 한다).
손빨래가 끝난 후, 엄마랑 간단한 대화를 한 것이 짜증의 원흉이었다. 나는 중학교 때 받은 1500만원으로 5천까지 만들고 1년뒤 0원이 되었다. 사치라곤 맥북 하나. 전부 주식으로 벌고 주식으로 날렸다. 일전에 군인이신 아버지의 재산조회를 국방부에서 했는데, 동시에 가족까지 했었다. 내 재산은 2만원. 그동안 내가 부모님께 말했던 “진짜 다 잃었다”를 들어도 믿지 않고 내심 기대까지 하셨던 부모님께 정말 충격이었을 것이다(나도 당시에 0원이 되었을 땐 충격이었지만 지금은 억지로라도 잊고 살고 있다). 그 얘기를 엄마가 했었다. 억지로 잊고살았는데, 평소엔 정말 자신의 쓰레기같은 과거를 잊고 살았는데 또 생각났다. “ 아 맞다. 난 고등학교를 적응 못해서 자퇴하고 그 이후부터는 아무것도 안하고 방에서 게임이랑 애니만보다가 있는 5천도 전부 다 주식으로 까먹고 한심하게 사는 병신새끼였었지?”
그런 과거에 대한 생각을 할 때면, 항상 나는 현재를 스킵하고 내가 꿈꾸는 미래로 이동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나는 내가 꿈꾸는 미래가 현실이라고 생각했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간 꿈꾸는 미래의 멋진 모습의 자신이 될거라고 믿었었다. 그래서 스킵이라는 생각을 했던 거고…
3.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미래는 없는 게 아닐까..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지금이 바꿔나가는 수동적인 형태이지 않을까..
내 책상 앞에 적어놓은 “ 지금 이 순간은 나의 것이 아니다”라는 문구. 평소 게임에 애니메이션에 웹툰에 만화에 온갖 비생산적이면서 중독적인 자극들에 빠져살았던 나를 위해 하는 조언이었다. 지금 이 순간은 결국 미래를 위한 거름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지금 해야할 행동은 미래의 나를 위한 행동이어야 한다는 바람으로 말이다.
나는 가끔 스스로를 위해,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위와같은 생각이나 문구들을 적어놓고 저장하는데 그것은 곧 나의 철학이 되었고 “나”라는 인간의 성격이 되었다. 하지만 방금 빨래를 널며 생각했던 것은 완전히 다른 느낌의 생각이었다. 며칠 전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아도 좋다고 생각했던 “지금 이 순간은 나의 것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완전히 틀리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평소 비생산적 중독성 자극들을 향락하며 병신 같은 과거에서 도망치고 하루를 보내기만 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나의 인생의 한 부분이고, 좋든 싫든 이미 이뤄진 결과이며 현상이다. 내가 아무리 현실부정해도 사실이다. 난 주식으로 18살 때 1500만원에서 5천으로 만들고 19살 때 이를 모두 까먹었다. 그리고 자퇴하고 병신같이 사는 것도 사실이고 카투사 가겠다면서 신청기간인 9월 전달에 공부 안하고 안일하게 있다가 735점 받고 접수 시도도 못해본것도 내 과거다. 그리고 올해 다시 시도하겠다며 말은 해도 3년 전과 전혀 다를 게 없는 일상을 보내는 것도 과거의 자신이며 방금까지의 자신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병신이란걸 인지했고 더이상 남에게 손가락질 받아도 부끄럽지 않은 게 너무 애석하다.
하지만 그런 나의 과거도 전부 나 라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나의 것이다. 내가 바꿔가는 미래고, 내가 선택하는 삶이다. 패배자같이, 벌레같이 살았던 과거도 전부 나다. 내가 만들고 내가 가꾼 것이다.
솔직히 나의 가치관은 너무나 확고해서 평생 바뀌지 않을 줄 알았던 때도 있었다. 그런 관념적인 생각을 품었던 과거도 지금 이 순간의 주인인 내가 바꾼다.
스스로의 노예였던 과거를 지금 이 순간의 주인인 내가 바꾼다. 나는 병신이었다. 나는 패배자였고 나는 부모에게도 선조에게도 동생에게도 스스로에게도 한심한 인간이었다. 나의 모든 과거를 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하고싶지도 않다. 그저 지금 여기서 증명하며 과거 나에대한 관념을 바꾼다. 그것이 현재의 주인인 내가 할수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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